K패션, 홍콩서 ‘전시’를 넘어 ‘비즈니스’를 만들다
서울시·하이서울쇼룸, CENTRESTAGE 12개 브랜드 글로벌 진출 지원…사전 매칭부터 현장 수주까지 성과

K패션의 글로벌 진출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해외 패션위크와 전시회를 통해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실제 오더를 만들며, 그 거래를 재주문과 현지 유통으로 이어가느냐가 글로벌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서울시가 지원하는 하이서울쇼룸의 역할 역시 ‘브랜드를 해외에 소개하는 플랫폼’에서 ‘해외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원하고 제이케이디자인랩이 운영하는 하이서울쇼룸(HISEOUL SHOWROOM)은 KOTRA와 함께 9월 2일부터 5일까지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아시아 대표 패션 비즈니스 플랫폼 ‘CENTRESTAGE 2026’에 참가했다. 올해 행사에는 25개 국가 및 지역에서 260여 개 브랜드가 참가했으며, 특히 한국이 ‘주빈국(Feature Partner)’으로 참여하면서 K패션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시켰다.
특히 이번 참가의 의미는 단순히 한국 브랜드가 대규모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다는 데 있지 않다. 서울에서의 사전 홍보→글로벌 바이어 매칭→홍콩 현지 전시 및 상담→VIP 네트워킹→K패션 리셉션→패션쇼→오더 및 후속 상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그램으로 설계했다는 데 있다. 해외 진출 경험과 자본,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해외 노출’이 아니라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글로벌 진출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 실질적 ‘수주’로…K패션 지원정책의 KPI가 달라진다

이번 CENTRESTAGE에는 두칸(DOUCAN), 리이(RE RHEE), 홀리넘버세븐(HOLYNUMBER7), 아스파라거스(ASPARAGUS), 안토니오 신(ANTONIO SHIN), 엑셉턴스 레터 스튜디오(ACCEPTANCE LETTER STUDIO), 엣드맹(ET DEMAIN), 플레이백(PLAYBACK) 등 의류 8개 브랜드와 누스미크(NUOSMIQ), 엘노어(ELNORE), 아베크백(Avécbag), 큐클리프(CUECLYP) 등 잡화 4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하이서울쇼룸과 KOTRA는 홍콩컨벤션전시센터 Hall 3에 약 108㎡ 규모의 ‘Korea Pavilion’을 구성하고 ‘Korea & Sustainability’를 콘셉트로 K패션의 디자인과 정체성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실제 비즈니스 성과다. 전시 개최 전 KOTRA가 진행한 사전 비즈니스 매칭을 통해 참가 브랜드 가운데 2개 브랜드가 이미 해외 바이어와 오더를 진행했고, 홍콩 현장에서도 추가 수주가 발생했다. 패션 B2B 전시가 일반적으로 상담 이후 샘플 검토와 가격 협상 등을 거쳐 실제 거래로 연결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전시 전과 현장에서 오더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홍콩뿐 아니라 중국 본토와 일본, 동남아시아 등 주요 아시아 시장 바이어들과 후속 거래 협의도 이어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K패션 지원정책의 KPI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몇 개 브랜드가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고 몇 건의 상담을 진행했느냐가 주요 성과였다면, 앞으로는 ‘상담→오더→재주문→현지 유통망 진입→수출 확대’까지 추적해야 한다. 전시 참가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브랜드가 해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정책의 최종 목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하이서울쇼룸의 이번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 7월 28일 서울 DDP에서 개최한 CENTRESTAGE 프리뷰 아웃리치를 시작으로 사전 홍보와 바이어 매칭을 진행했고, 홍콩에서는 전시와 상담, VIP 네트워킹, 리셉션과 패션쇼를 연결했다.

[사진] 홍콩 CENTRESTAGE 2026에서 열린 ‘SEOUListic VIP Reception’에서 한국과 홍콩 주요 관계자들이 K패션의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수 아모레퍼시픽 HK, 한유리 LG전자 HK 법인장, Will Li HKTDC 디렉터, Drew Lal CCIDA HK 커미셔너, 장상해 KOTRA 중국지역본부장, 전성환 주홍콩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대리, Smiley Lam HKTDC 부총재, 류석천 KOTRA 홍콩무역관장, 홍재희 하이서울쇼룸 운영사 제이케이디자인랩 대표, 정인화 한국관광공사 홍콩지사장.
개별 디자이너 브랜드가 해외 진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사실 ‘옷을 만드는 것’보다 그 다음이다. 어느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 어떤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지, 가격과 거래조건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현지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알리고 첫 거래를 어떻게 반복적인 비즈니스로 만들 것인지가 훨씬 어렵다. 특히 바이어 발굴과 사전 매칭, 현지 네트워크, 통역과 커뮤니케이션, 후속 거래 관리 같은 인프라는 규모가 작은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공공 지원의 역할도 단순히 항공료나 전시 참가비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브랜드 발굴→육성→시장 검증→해외 바이어 연결→첫 오더→재주문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홍콩 프로젝트는 서울시와 하이서울쇼룸이 바로 이 연결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 패션·뷰티·관광까지 함께 움직였다…‘서울’을 하나의 브랜드로
이번 홍콩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K패션을 독립적인 산업으로만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패션과 뷰티, 관광, 전자, K컬처를 결합하면서 ‘서울과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콘텐츠로 제안하는 방식을 취했다.
개막일인 9월 2일에는 주홍콩대한민국총영사관 주최로 약 50명의 현지 패션산업 리더와 관련 협회 관계자들을 초청한 VIP 네트워킹 행사가 열렸다. 참가 브랜드 12개사가 직접 브랜드 정체성과 주요 컬렉션, 해외 비즈니스 방향을 소개하면서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현지 관계자들과 실질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했다.
이어 9월 4일에는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글로벌 바이어와 패션산업 관계자 약 200명이 참석한 ‘K-Fashion VIP Reception’이 진행됐다. 특히 한국관광공사와 아모레퍼시픽, LG전자 등이 함께 참여하면서 K패션뿐 아니라 한국의 뷰티와 관광, 라이프스타일까지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약 600석 규모의 메인 런웨이에서 진행된 ‘Korea & Sustainability Fashion Show’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의류 8개 브랜드와 가방·신발 등 잡화 4개 브랜드를 함께 스타일링해 약 60개의 룩을 구성했으며, K아티스트 이채연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결합해 패션과 K컬처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K-Fashion Showcase+Sustainability+K-Culture Performance’를 결합한 무대였다는 점에서 개별 브랜드를 넘어 K패션 자체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접근은 서울시가 K패션을 육성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글로벌 럭셔리 기업이나 대형 패션기업과 비교하면 서울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자본과 글로벌 유통망에서는 열세일 수밖에 없다. 반면 서울은 패션과 음악, 뷰티, 콘텐츠, F&B까지 세계 젊은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강력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개별 브랜드의 힘에 ‘SEOUL’이라는 도시 브랜드의 힘을 더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전혀 다른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역할 역시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넘어 패션과 뷰티,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서울의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연결하고, 이를 해외시장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SEOUL 브랜드 플랫폼’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번 홍콩 행사에서 총영사관과 KOTRA, HKTDC, 한국관광공사, 국내 기업들이 함께 움직였다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 ‘지원받아 해외에 나간다’에서 ‘지원받아 해외에서 성장한다’로
K패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관심 자체가 비즈니스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첫 번째 전시보다 두 번째 오더가 중요하고, 첫 번째 바이어보다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파트너가 중요하다.
특히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은 ‘한 번의 빅뱅’보다 단계적인 스케일업 모델이 현실적이다. 국내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하고, 해외 전시를 통해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적합한 바이어와 첫 거래를 만들고, 이를 재주문과 현지 유통망 진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외 진출에서 실패하는 상당수 브랜드가 이 과정 중 어느 한 단계를 건너뛰거나 첫 번째 노출을 시장 안착으로 오인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서울쇼룸과 같은 플랫폼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개별 브랜드는 자신의 상품과 브랜딩에 집중하고, 플랫폼은 시장과 바이어, 현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기에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KOTRA, 해외 유관기관 등과 협업한다면 개별 기업이 감당해야 할 글로벌 진출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번 CENTRESTAGE 프로젝트에서 하이서울쇼룸이 사전 바이어 매칭부터 현장 상담, 네트워킹과 패션쇼까지 전 과정을 연결한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제이케이디자인랩 홍재희 대표는 “단순히 한국 브랜드를 해외에 소개하는 전시를 넘어 사전 바이어 매칭부터 현장 상담, 네트워킹, 패션쇼까지 전 과정을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행사 전부터 일부 브랜드에서 오더가 진행됐고 현장에서도 실제 수주와 후속 오더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필요한 것은 ‘After Hong Kong’이다. 이번에 만난 바이어 가운데 몇 곳이 실제 거래처로 전환되는지, 첫 오더가 재주문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홍콩을 교두보로 중국 본토와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다른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되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바로 여기까지 연결될 때 해외 전시 지원은 ‘행사 지원’에서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 스케일업 정책으로 바뀐다.
결국 서울시 K패션 정책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해외에 보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서울 브랜드를 해외에서 성장시켰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브랜드 발굴과 육성, 쇼룸 운영, 해외시장 테스트, 바이어 매칭과 수주, 그리고 재주문과 현지 유통까지 하나의 성장 경로로 연결한다면 하이서울쇼룸은 단순한 공공 쇼룸을 넘어 서울 디자이너 브랜드의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진화할 수 있다.
홍콩에서 만들어진 오더는 아직 시작이다. 그러나 이번 CENTRESTAGE 2026은 분명 하나의 방향을 보여줬다. K패션의 글로벌 경쟁력은 디자이너의 창의성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창의성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반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플랫폼과 정책 인프라가 함께할 때 비로소 산업의 경쟁력이 된다.
‘지원받아 해외에 나가는 K패션’에서 ‘지원받아 해외에서 성장하는 K패션’으로, 서울시와 하이서울쇼룸의 다음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
K패션, 홍콩서 ‘전시’를 넘어 ‘비즈니스’를 만들다
K패션의 글로벌 진출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해외 패션위크와 전시회를 통해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실제 오더를 만들며, 그 거래를 재주문과 현지 유통으로 이어가느냐가 글로벌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서울시가 지원하는 하이서울쇼룸의 역할 역시 ‘브랜드를 해외에 소개하는 플랫폼’에서 ‘해외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원하고 제이케이디자인랩이 운영하는 하이서울쇼룸(HISEOUL SHOWROOM)은 KOTRA와 함께 9월 2일부터 5일까지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아시아 대표 패션 비즈니스 플랫폼 ‘CENTRESTAGE 2026’에 참가했다. 올해 행사에는 25개 국가 및 지역에서 260여 개 브랜드가 참가했으며, 특히 한국이 ‘주빈국(Feature Partner)’으로 참여하면서 K패션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시켰다.
특히 이번 참가의 의미는 단순히 한국 브랜드가 대규모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다는 데 있지 않다. 서울에서의 사전 홍보→글로벌 바이어 매칭→홍콩 현지 전시 및 상담→VIP 네트워킹→K패션 리셉션→패션쇼→오더 및 후속 상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그램으로 설계했다는 데 있다. 해외 진출 경험과 자본,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해외 노출’이 아니라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글로벌 진출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 실질적 ‘수주’로…K패션 지원정책의 KPI가 달라진다
이번 CENTRESTAGE에는 두칸(DOUCAN), 리이(RE RHEE), 홀리넘버세븐(HOLYNUMBER7), 아스파라거스(ASPARAGUS), 안토니오 신(ANTONIO SHIN), 엑셉턴스 레터 스튜디오(ACCEPTANCE LETTER STUDIO), 엣드맹(ET DEMAIN), 플레이백(PLAYBACK) 등 의류 8개 브랜드와 누스미크(NUOSMIQ), 엘노어(ELNORE), 아베크백(Avécbag), 큐클리프(CUECLYP) 등 잡화 4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하이서울쇼룸과 KOTRA는 홍콩컨벤션전시센터 Hall 3에 약 108㎡ 규모의 ‘Korea Pavilion’을 구성하고 ‘Korea & Sustainability’를 콘셉트로 K패션의 디자인과 정체성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실제 비즈니스 성과다. 전시 개최 전 KOTRA가 진행한 사전 비즈니스 매칭을 통해 참가 브랜드 가운데 2개 브랜드가 이미 해외 바이어와 오더를 진행했고, 홍콩 현장에서도 추가 수주가 발생했다. 패션 B2B 전시가 일반적으로 상담 이후 샘플 검토와 가격 협상 등을 거쳐 실제 거래로 연결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전시 전과 현장에서 오더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홍콩뿐 아니라 중국 본토와 일본, 동남아시아 등 주요 아시아 시장 바이어들과 후속 거래 협의도 이어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K패션 지원정책의 KPI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몇 개 브랜드가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고 몇 건의 상담을 진행했느냐가 주요 성과였다면, 앞으로는 ‘상담→오더→재주문→현지 유통망 진입→수출 확대’까지 추적해야 한다. 전시 참가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브랜드가 해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정책의 최종 목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하이서울쇼룸의 이번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 7월 28일 서울 DDP에서 개최한 CENTRESTAGE 프리뷰 아웃리치를 시작으로 사전 홍보와 바이어 매칭을 진행했고, 홍콩에서는 전시와 상담, VIP 네트워킹, 리셉션과 패션쇼를 연결했다.
[사진] 홍콩 CENTRESTAGE 2026에서 열린 ‘SEOUListic VIP Reception’에서 한국과 홍콩 주요 관계자들이 K패션의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수 아모레퍼시픽 HK, 한유리 LG전자 HK 법인장, Will Li HKTDC 디렉터, Drew Lal CCIDA HK 커미셔너, 장상해 KOTRA 중국지역본부장, 전성환 주홍콩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대리, Smiley Lam HKTDC 부총재, 류석천 KOTRA 홍콩무역관장, 홍재희 하이서울쇼룸 운영사 제이케이디자인랩 대표, 정인화 한국관광공사 홍콩지사장.
개별 디자이너 브랜드가 해외 진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사실 ‘옷을 만드는 것’보다 그 다음이다. 어느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 어떤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지, 가격과 거래조건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현지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알리고 첫 거래를 어떻게 반복적인 비즈니스로 만들 것인지가 훨씬 어렵다. 특히 바이어 발굴과 사전 매칭, 현지 네트워크, 통역과 커뮤니케이션, 후속 거래 관리 같은 인프라는 규모가 작은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공공 지원의 역할도 단순히 항공료나 전시 참가비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브랜드 발굴→육성→시장 검증→해외 바이어 연결→첫 오더→재주문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홍콩 프로젝트는 서울시와 하이서울쇼룸이 바로 이 연결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 패션·뷰티·관광까지 함께 움직였다…‘서울’을 하나의 브랜드로
이번 홍콩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K패션을 독립적인 산업으로만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패션과 뷰티, 관광, 전자, K컬처를 결합하면서 ‘서울과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콘텐츠로 제안하는 방식을 취했다.
개막일인 9월 2일에는 주홍콩대한민국총영사관 주최로 약 50명의 현지 패션산업 리더와 관련 협회 관계자들을 초청한 VIP 네트워킹 행사가 열렸다. 참가 브랜드 12개사가 직접 브랜드 정체성과 주요 컬렉션, 해외 비즈니스 방향을 소개하면서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현지 관계자들과 실질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했다.
이어 9월 4일에는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글로벌 바이어와 패션산업 관계자 약 200명이 참석한 ‘K-Fashion VIP Reception’이 진행됐다. 특히 한국관광공사와 아모레퍼시픽, LG전자 등이 함께 참여하면서 K패션뿐 아니라 한국의 뷰티와 관광, 라이프스타일까지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약 600석 규모의 메인 런웨이에서 진행된 ‘Korea & Sustainability Fashion Show’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의류 8개 브랜드와 가방·신발 등 잡화 4개 브랜드를 함께 스타일링해 약 60개의 룩을 구성했으며, K아티스트 이채연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결합해 패션과 K컬처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K-Fashion Showcase+Sustainability+K-Culture Performance’를 결합한 무대였다는 점에서 개별 브랜드를 넘어 K패션 자체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접근은 서울시가 K패션을 육성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글로벌 럭셔리 기업이나 대형 패션기업과 비교하면 서울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자본과 글로벌 유통망에서는 열세일 수밖에 없다. 반면 서울은 패션과 음악, 뷰티, 콘텐츠, F&B까지 세계 젊은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강력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개별 브랜드의 힘에 ‘SEOUL’이라는 도시 브랜드의 힘을 더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전혀 다른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역할 역시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넘어 패션과 뷰티,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서울의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연결하고, 이를 해외시장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SEOUL 브랜드 플랫폼’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번 홍콩 행사에서 총영사관과 KOTRA, HKTDC, 한국관광공사, 국내 기업들이 함께 움직였다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 ‘지원받아 해외에 나간다’에서 ‘지원받아 해외에서 성장한다’로
K패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관심 자체가 비즈니스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첫 번째 전시보다 두 번째 오더가 중요하고, 첫 번째 바이어보다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파트너가 중요하다.
특히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은 ‘한 번의 빅뱅’보다 단계적인 스케일업 모델이 현실적이다. 국내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하고, 해외 전시를 통해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적합한 바이어와 첫 거래를 만들고, 이를 재주문과 현지 유통망 진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외 진출에서 실패하는 상당수 브랜드가 이 과정 중 어느 한 단계를 건너뛰거나 첫 번째 노출을 시장 안착으로 오인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서울쇼룸과 같은 플랫폼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개별 브랜드는 자신의 상품과 브랜딩에 집중하고, 플랫폼은 시장과 바이어, 현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기에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KOTRA, 해외 유관기관 등과 협업한다면 개별 기업이 감당해야 할 글로벌 진출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번 CENTRESTAGE 프로젝트에서 하이서울쇼룸이 사전 바이어 매칭부터 현장 상담, 네트워킹과 패션쇼까지 전 과정을 연결한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제이케이디자인랩 홍재희 대표는 “단순히 한국 브랜드를 해외에 소개하는 전시를 넘어 사전 바이어 매칭부터 현장 상담, 네트워킹, 패션쇼까지 전 과정을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행사 전부터 일부 브랜드에서 오더가 진행됐고 현장에서도 실제 수주와 후속 오더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필요한 것은 ‘After Hong Kong’이다. 이번에 만난 바이어 가운데 몇 곳이 실제 거래처로 전환되는지, 첫 오더가 재주문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홍콩을 교두보로 중국 본토와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다른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되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바로 여기까지 연결될 때 해외 전시 지원은 ‘행사 지원’에서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 스케일업 정책으로 바뀐다.
결국 서울시 K패션 정책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해외에 보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서울 브랜드를 해외에서 성장시켰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브랜드 발굴과 육성, 쇼룸 운영, 해외시장 테스트, 바이어 매칭과 수주, 그리고 재주문과 현지 유통까지 하나의 성장 경로로 연결한다면 하이서울쇼룸은 단순한 공공 쇼룸을 넘어 서울 디자이너 브랜드의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진화할 수 있다.
홍콩에서 만들어진 오더는 아직 시작이다. 그러나 이번 CENTRESTAGE 2026은 분명 하나의 방향을 보여줬다. K패션의 글로벌 경쟁력은 디자이너의 창의성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창의성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반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플랫폼과 정책 인프라가 함께할 때 비로소 산업의 경쟁력이 된다.
‘지원받아 해외에 나가는 K패션’에서 ‘지원받아 해외에서 성장하는 K패션’으로, 서울시와 하이서울쇼룸의 다음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