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가 아닌 문화를 판다…무브, 서울서 아시아 질주 시작
서울을 아시아 헤드쿼터로…한국법인과 글로벌 성장 기반 구축
NFC 기반 소비자 참여 확대…러너와 제품·커뮤니티 공동 설계

무브 창업자이자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니콜라이 크리스텐센
러닝 인구가 늘고 선발 브랜드들의 입지가 굳어진 시장에서 덴마크 러닝 브랜드 ‘무브(MOVV)’가 꺼내 든 승부수는 속도가 아닌 ‘지속 가능한 러닝’이다. 기록 단축과 첨단 소재 경쟁에 집중해 온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부상 없이 오래 달리는 경험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브랜드 성장의 중심에 놓겠다는 전략이다.
# 이미 붐비는 시장, ‘무브’는 무엇이 다른가?
무브 창업자이자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니콜라이 크리스텐센은 유럽 러닝 전문 유통 현장에서 25년 이상 쌓은 경험을 브랜드 설계에 반영했다. 40여 년간 축적된 100만 건 이상의 발 형태와 러닝 분석 데이터도 제품 개발의 토대가 됐다.
크리스텐센 CEO는 “무브는 신발을 만드는 사람들과 실제 러너들이 함께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제품을 내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러너의 경험과 의견을 다시 제품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무브가 내세우는 핵심 철학은 ‘부상 없는 러닝’이다. 카본 플레이트와 기록 경쟁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무브는 대다수 러너에게 필요한 가치로 속도보다 안정성과 지속성을 꼽는다.
크리스텐센 CEO는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가 필요한 러너는 전체의 3~5%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는 몸과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텐센 CEO는 10일 서울을 찾아 무브코리아 CEO이자 새롭게 출범한 무브아시아를 총괄하는 정광호 대표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가 열린 서울 자양동의 러닝 커뮤니티 공간 ‘저스트런잇(Just Run Eat)’은 러너들의 교류 거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제품을 넘어 러너와 관계를 맺고 문화를 만들겠다는 무브의 브랜드 철학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은 장소다.
# 오래 달리는 신발이 만드는 지속가능성

[사진=무브 홈페이지]
무브의 차별화는 제품 수명에서도 드러난다. 일반 러닝화의 교체 주기가 500~600㎞ 수준인 데 비해 무브는 최대 140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교체 주기를 단축하는 대신 한 켤레를 더 오래 신도록 하는 접근이다.
이는 친환경 소재 사용에 머물던 스포츠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논의를 제품 수명과 소비 방식까지 확장한다. 내구성이 높아지면 소비자의 교체 부담과 폐기물 발생을 함께 줄일 수 있다. 브랜드에는 단기 매출보다 장기 신뢰를 택해야 하는 과제가 남지만, 무브는 이를 차별화의 근거로 삼았다.
대표 제품 노스타는 중립형 러너를 위해 개발됐다. 솔라라는 발이 안쪽으로 기우는 러너를 위한 안정화 모델이다. 2027년 출시 예정인 템파라는 스피드 훈련용 제품으로, 옥수수 기반 소재인 ‘서스테라’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능과 내구성, 소재 혁신을 하나의 제품 철학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모든 신발에 근거리 무선통신(NFC) 칩을 넣은 점도 눈에 띈다. NFC는 스마트폰을 신발에 가까이 대면 내장된 정보를 읽는 기술이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착용 경험과 개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무브는 수집한 데이터를 차기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소비자를 구매자로만 보지 않고 제품을 함께 설계하는 참여자로 대우하는 방식이다.
# 한국법인이 아시아 전략의 중심축
정광호 무브아시아 CEO
무브는 한국을 단순한 판매처가 아닌 아시아 사업의 전략 거점으로 선택했다. 한국법인을 기반으로 ‘무브아시아’를 설립하고 서울에 아시아 본부를 뒀다. 한국 사업을 이끌어 온 정광호 대표는 아시아 사업 총괄 CEO를 맡았다.
한국은 러닝 인구뿐 아니라 크루 문화와 전문 편집숍, 콘텐츠 소비가 함께 성장한 시장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빠르게 평가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주변 국가로 확산시키는 영향력도 크다. 무브가 한국을 신제품의 반응을 확인하는 시험 시장이자 아시아 확장의 출발점으로 판단한 배경이다.
정광호 무브아시아 CEO는 “한국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러닝 트렌드를 만드는 시장”이라며 “서울을 거점으로 일본과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브는 중국에서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직접 진출과 현지 파트너 협력 방식을 함께 살피고 있다. 한국법인이 현지 운영과 브랜드 전략을 주도하고 글로벌 본사가 제품과 기술을 지원하는 협력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면, 서울은 아시아를 넘어 무브의 글로벌 성장 모델을 설계하는 핵심 기지가 될 수 있다.
# 제품을 파는 브랜드에서 관계를 쌓는 브랜드로
[사진=무브 홈페이지]
무브의 장기 전략은 러닝화를 많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러너가 브랜드와 관계를 맺고 새로운 러닝 문화를 함께 만드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해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 푸른빛이 감도는 시간대를 뜻하는 ‘블루 아워’에서 이름을 딴 소셜 러닝 커뮤니티 ‘블루 아워 런 클럽(Blue Hour Run Club)’을 한국에 도입할 계획이다. 러닝 크루와 인플루언서, 전문 유통업체와의 협업도 확대한다.
러닝 시장이 성숙할수록 제품 기능만으로 브랜드를 구별하기는 어려워진다. 비슷한 기술과 소재가 빠르게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제품 바깥에서 만들어진다.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지키는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지역사회와 어떤 문화를 만드는지가 경쟁력이 된다.


[사진=무브 홈페이지]
무브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하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신발을 만들고, 러너의 경험을 제품에 반영하며, 커뮤니티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다. 한국법인에는 본사의 전략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아시아 소비자의 요구를 글로벌 제품과 경영에 반영해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결국 무브의 성패는 러닝화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브랜드 철학을 신뢰하고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미 강자가 많은 시장에서 무브가 선택한 길은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경쟁이 아니다. 러너와 함께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만드는 도전이다.
크리스텐센 글로벌 CEO와 정광호 무브아시아 CEO
크리스텐센 글로벌 CEO는 “실제 러너들이 함께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정광호 무브아시아 CEO는 “한국은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러닝 트렌드를 만드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두 CEO의 메시지는 하나로 모인다. 무브가 팔려는 것은 한 켤레의 신발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러너와 함께 시작해 아시아와 세계로 확장할 새로운 러닝 문화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러닝화가 아닌 문화를 판다…무브, 서울서 아시아 질주 시작
무브 창업자이자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니콜라이 크리스텐센
러닝 인구가 늘고 선발 브랜드들의 입지가 굳어진 시장에서 덴마크 러닝 브랜드 ‘무브(MOVV)’가 꺼내 든 승부수는 속도가 아닌 ‘지속 가능한 러닝’이다. 기록 단축과 첨단 소재 경쟁에 집중해 온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부상 없이 오래 달리는 경험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브랜드 성장의 중심에 놓겠다는 전략이다.
# 이미 붐비는 시장, ‘무브’는 무엇이 다른가?
무브 창업자이자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니콜라이 크리스텐센은 유럽 러닝 전문 유통 현장에서 25년 이상 쌓은 경험을 브랜드 설계에 반영했다. 40여 년간 축적된 100만 건 이상의 발 형태와 러닝 분석 데이터도 제품 개발의 토대가 됐다.
크리스텐센 CEO는 “무브는 신발을 만드는 사람들과 실제 러너들이 함께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제품을 내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러너의 경험과 의견을 다시 제품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무브가 내세우는 핵심 철학은 ‘부상 없는 러닝’이다. 카본 플레이트와 기록 경쟁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무브는 대다수 러너에게 필요한 가치로 속도보다 안정성과 지속성을 꼽는다.
크리스텐센 CEO는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가 필요한 러너는 전체의 3~5%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는 몸과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텐센 CEO는 10일 서울을 찾아 무브코리아 CEO이자 새롭게 출범한 무브아시아를 총괄하는 정광호 대표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가 열린 서울 자양동의 러닝 커뮤니티 공간 ‘저스트런잇(Just Run Eat)’은 러너들의 교류 거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제품을 넘어 러너와 관계를 맺고 문화를 만들겠다는 무브의 브랜드 철학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은 장소다.
# 오래 달리는 신발이 만드는 지속가능성
[사진=무브 홈페이지]
무브의 차별화는 제품 수명에서도 드러난다. 일반 러닝화의 교체 주기가 500~600㎞ 수준인 데 비해 무브는 최대 140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교체 주기를 단축하는 대신 한 켤레를 더 오래 신도록 하는 접근이다.
이는 친환경 소재 사용에 머물던 스포츠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논의를 제품 수명과 소비 방식까지 확장한다. 내구성이 높아지면 소비자의 교체 부담과 폐기물 발생을 함께 줄일 수 있다. 브랜드에는 단기 매출보다 장기 신뢰를 택해야 하는 과제가 남지만, 무브는 이를 차별화의 근거로 삼았다.
대표 제품 노스타는 중립형 러너를 위해 개발됐다. 솔라라는 발이 안쪽으로 기우는 러너를 위한 안정화 모델이다. 2027년 출시 예정인 템파라는 스피드 훈련용 제품으로, 옥수수 기반 소재인 ‘서스테라’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능과 내구성, 소재 혁신을 하나의 제품 철학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모든 신발에 근거리 무선통신(NFC) 칩을 넣은 점도 눈에 띈다. NFC는 스마트폰을 신발에 가까이 대면 내장된 정보를 읽는 기술이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착용 경험과 개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무브는 수집한 데이터를 차기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소비자를 구매자로만 보지 않고 제품을 함께 설계하는 참여자로 대우하는 방식이다.
# 한국법인이 아시아 전략의 중심축
무브는 한국을 단순한 판매처가 아닌 아시아 사업의 전략 거점으로 선택했다. 한국법인을 기반으로 ‘무브아시아’를 설립하고 서울에 아시아 본부를 뒀다. 한국 사업을 이끌어 온 정광호 대표는 아시아 사업 총괄 CEO를 맡았다.
한국은 러닝 인구뿐 아니라 크루 문화와 전문 편집숍, 콘텐츠 소비가 함께 성장한 시장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빠르게 평가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주변 국가로 확산시키는 영향력도 크다. 무브가 한국을 신제품의 반응을 확인하는 시험 시장이자 아시아 확장의 출발점으로 판단한 배경이다.
정광호 무브아시아 CEO는 “한국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러닝 트렌드를 만드는 시장”이라며 “서울을 거점으로 일본과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브는 중국에서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직접 진출과 현지 파트너 협력 방식을 함께 살피고 있다. 한국법인이 현지 운영과 브랜드 전략을 주도하고 글로벌 본사가 제품과 기술을 지원하는 협력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면, 서울은 아시아를 넘어 무브의 글로벌 성장 모델을 설계하는 핵심 기지가 될 수 있다.
# 제품을 파는 브랜드에서 관계를 쌓는 브랜드로
무브의 장기 전략은 러닝화를 많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러너가 브랜드와 관계를 맺고 새로운 러닝 문화를 함께 만드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해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 푸른빛이 감도는 시간대를 뜻하는 ‘블루 아워’에서 이름을 딴 소셜 러닝 커뮤니티 ‘블루 아워 런 클럽(Blue Hour Run Club)’을 한국에 도입할 계획이다. 러닝 크루와 인플루언서, 전문 유통업체와의 협업도 확대한다.
러닝 시장이 성숙할수록 제품 기능만으로 브랜드를 구별하기는 어려워진다. 비슷한 기술과 소재가 빠르게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제품 바깥에서 만들어진다.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지키는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지역사회와 어떤 문화를 만드는지가 경쟁력이 된다.
[사진=무브 홈페이지]
무브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하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신발을 만들고, 러너의 경험을 제품에 반영하며, 커뮤니티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다. 한국법인에는 본사의 전략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아시아 소비자의 요구를 글로벌 제품과 경영에 반영해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결국 무브의 성패는 러닝화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브랜드 철학을 신뢰하고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미 강자가 많은 시장에서 무브가 선택한 길은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경쟁이 아니다. 러너와 함께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만드는 도전이다.
크리스텐센 글로벌 CEO는 “실제 러너들이 함께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정광호 무브아시아 CEO는 “한국은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러닝 트렌드를 만드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두 CEO의 메시지는 하나로 모인다. 무브가 팔려는 것은 한 켤레의 신발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러너와 함께 시작해 아시아와 세계로 확장할 새로운 러닝 문화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