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업, 3년 만에 1500억원…‘플랫폼형 패션’ 성장 공식 쓴다
상품 개발·재고는 협력사가, 본사는 유통·데이터 집중… SPA와 상반된 확장 실험

지난 5일 오픈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내 워크업 매장 전경
2023년 2월 포천 국도변의 작은 매장에서 출발한 ‘워크업(WORKUP)’이 상품 개발과 재고 부담을 협력사와 나누는 플랫폼형 운영으로 국내 패션업계의 전통적인 성장 공식을 흔들고 있다.
워크업은 지난해 7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연매출은 1500억원이다. 현재 대리점 132개와 모다아울렛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마트 등 인숍 18개를 포함해 1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매장을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5일 문을 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도 초기 흥행 가능성을 보였다. 약 330㎡(100평) 규모인 이 매장은 개점 후 사흘 동안 1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 3년 만에 매출 1500억원…연말까지 200개점으로 확장
경기도 포천 국도변에 위치한 워크업 본사
패션업계가 워크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외형 성장 속도에만 있지 않다. 디자인 인력을 늘리고 대규모 물량을 미리 생산하는 기존 패션기업의 운영 방식을 뒤집었다는 점이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인 패션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MD)를 늘린다. 상품 종류와 생산량도 함께 확대한다. 판매가 부진해도 인건비와 개발비는 그대로 발생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고정비와 재고 부담도 늘어난다.
워크업은 상품 개발 기능을 외부 협력사에 분산했다. 현재 10곳이 넘는 협력사가 상품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주문받은 제품만 만드는 단순 제조사가 아니다. 시장 조사부터 디자인, 소재 개발, 견본 제작, 생산까지 직접 맡는다.
본사는 협력사가 제안한 상품 가운데 판매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선별한다. 이후 유통과 판매, 매장 운영, 고객 데이터 분석에 역량을 집중한다. 40명이 채 되지 않는 본사 조직이 여러 상품기획 조직을 동시에 운용하는 효과를 내는 구조다.
방교환 트레이딩포스트 대표는 “워크업은 상품을 모두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잘 팔릴 가능성이 있는 상품과 협력사를 연결하는 회사”라며 “본사는 유통망과 판매 데이터에 집중하고 협력사는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트레이딩포스트는 ‘워크업’과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고릴라캠핑’을 전개 중이며, 대명화학그룹이 모기업이다.
# 협력사가 상품·재고 책임…중앙집중식 SPA와 대조

워크업의 운영 방식은 기획과 생산, 물류, 유통을 직접 통제하는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업체(SPA)와 대비된다. SPA가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해 원가와 속도를 통제한다면, 워크업은 외부 공급망을 연결하고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선별한다.
이 구조의 핵심은 재고와 현금흐름이다. 워크업은 사업 초기 상품 입고 후 5일 안에 대금을 지급하는 빠른 정산 방식을 운영했다. 협력사는 자금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었고, 본사는 안정적인 상품 공급망을 확보했다.
올해 가을·겨울 시즌부터는 다수 협력사가 재고를 직접 보유하는 위탁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본사는 판매 공간과 유통망을 제공하고, 협력사는 생산과 재고, 초도 물량, 추가 생산을 관리한다.
방 대표는 “리오더 관리와 초도 물량 운영을 협력사가 직접 담당하면 시장 반응에 맞춰 재고를 더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협력사가 상품을 자체 브랜드처럼 관리하고 본사는 판매와 데이터로 성장을 지원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위탁 구조가 안착하면 본사는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협력사는 판매 흐름을 확인하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반응이 좋은 상품의 추가 생산도 빨라진다. 다양한 스타일을 시험할 여지도 커진다.
다만 재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본사가 부담하던 위험이 협력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 자금력과 협상력이 약한 협력사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판매 데이터와 정산 기준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플랫폼 구조를 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브랜드보다 판매 데이터…패션기업의 역할 재정의

워크업 내 키링존
워크업은 출발 당시 캠핑과 작업복 성격이 강한 브랜드로 인식됐다. 최근에는 스트리트 캐주얼과 다양한 키링 제품까지 확대했으며, 하반기부터 여성복과 원마일웨어, 라이선스 상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입점된 브랜드도 ‘디월트’ ‘볼컴’ ‘DETRO.IT’ ‘KENTA’ ‘블랙아머’ 등 10여개 브랜드로 늘어났으며, 추가 지식재산권 사업도 검토 중이다.
상품 선정 기준은 특정 디자인이나 브랜드 철학보다 판매 가능성에 가깝다. 기능성 소재를 적용한 ‘영하 11도 냉감 시리즈’는 소비자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 추가 생산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전통적인 패션기업이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기획한다면, 워크업은 판매 데이터와 고객 반응을 중심으로 상품을 선택한다. 브랜드가 시장에 상품을 제안하기보다 시장 반응이 다음 상품을 결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워크업을 전통적인 의류 브랜드보다 다이소와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같은 유통 플랫폼에 가까운 모델로 본다. 여러 공급자가 개발한 상품을 선별해 판매하고 유통망과 데이터로 경쟁한다는 점에서다.

워크업의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매장 수가 급증하면 상권 중복과 가맹점 수익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판매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유행 상품은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 협력사에 생산과 재고 부담이 집중되면 공급망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워크업의 실험은 패션기업이 어떤 기능을 직접 보유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디자인과 생산, 재고를 모두 내부에서 관리할 것인지, 상품 개발은 외부 네트워크에 맡기고 본사는 데이터와 유통, 고객 경험에 집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3년 전 포천의 작은 매장에서 출발한 워크업은 외형 성장과 함께 패션기업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상품을 빠르게 발굴하고 공급망과 유통망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운영 능력이 디자인 못지않은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워크업, 3년 만에 1500억원…‘플랫폼형 패션’ 성장 공식 쓴다
지난 5일 오픈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내 워크업 매장 전경
2023년 2월 포천 국도변의 작은 매장에서 출발한 ‘워크업(WORKUP)’이 상품 개발과 재고 부담을 협력사와 나누는 플랫폼형 운영으로 국내 패션업계의 전통적인 성장 공식을 흔들고 있다.
워크업은 지난해 7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연매출은 1500억원이다. 현재 대리점 132개와 모다아울렛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마트 등 인숍 18개를 포함해 1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매장을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5일 문을 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도 초기 흥행 가능성을 보였다. 약 330㎡(100평) 규모인 이 매장은 개점 후 사흘 동안 1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 3년 만에 매출 1500억원…연말까지 200개점으로 확장
패션업계가 워크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외형 성장 속도에만 있지 않다. 디자인 인력을 늘리고 대규모 물량을 미리 생산하는 기존 패션기업의 운영 방식을 뒤집었다는 점이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인 패션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MD)를 늘린다. 상품 종류와 생산량도 함께 확대한다. 판매가 부진해도 인건비와 개발비는 그대로 발생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고정비와 재고 부담도 늘어난다.
워크업은 상품 개발 기능을 외부 협력사에 분산했다. 현재 10곳이 넘는 협력사가 상품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주문받은 제품만 만드는 단순 제조사가 아니다. 시장 조사부터 디자인, 소재 개발, 견본 제작, 생산까지 직접 맡는다.
본사는 협력사가 제안한 상품 가운데 판매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선별한다. 이후 유통과 판매, 매장 운영, 고객 데이터 분석에 역량을 집중한다. 40명이 채 되지 않는 본사 조직이 여러 상품기획 조직을 동시에 운용하는 효과를 내는 구조다.
방교환 트레이딩포스트 대표는 “워크업은 상품을 모두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잘 팔릴 가능성이 있는 상품과 협력사를 연결하는 회사”라며 “본사는 유통망과 판매 데이터에 집중하고 협력사는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트레이딩포스트는 ‘워크업’과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고릴라캠핑’을 전개 중이며, 대명화학그룹이 모기업이다.
# 협력사가 상품·재고 책임…중앙집중식 SPA와 대조
워크업의 운영 방식은 기획과 생산, 물류, 유통을 직접 통제하는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업체(SPA)와 대비된다. SPA가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해 원가와 속도를 통제한다면, 워크업은 외부 공급망을 연결하고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선별한다.
이 구조의 핵심은 재고와 현금흐름이다. 워크업은 사업 초기 상품 입고 후 5일 안에 대금을 지급하는 빠른 정산 방식을 운영했다. 협력사는 자금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었고, 본사는 안정적인 상품 공급망을 확보했다.
올해 가을·겨울 시즌부터는 다수 협력사가 재고를 직접 보유하는 위탁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본사는 판매 공간과 유통망을 제공하고, 협력사는 생산과 재고, 초도 물량, 추가 생산을 관리한다.
방 대표는 “리오더 관리와 초도 물량 운영을 협력사가 직접 담당하면 시장 반응에 맞춰 재고를 더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협력사가 상품을 자체 브랜드처럼 관리하고 본사는 판매와 데이터로 성장을 지원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위탁 구조가 안착하면 본사는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협력사는 판매 흐름을 확인하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반응이 좋은 상품의 추가 생산도 빨라진다. 다양한 스타일을 시험할 여지도 커진다.
다만 재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본사가 부담하던 위험이 협력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 자금력과 협상력이 약한 협력사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판매 데이터와 정산 기준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플랫폼 구조를 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브랜드보다 판매 데이터…패션기업의 역할 재정의
워크업 내 키링존
워크업은 출발 당시 캠핑과 작업복 성격이 강한 브랜드로 인식됐다. 최근에는 스트리트 캐주얼과 다양한 키링 제품까지 확대했으며, 하반기부터 여성복과 원마일웨어, 라이선스 상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입점된 브랜드도 ‘디월트’ ‘볼컴’ ‘DETRO.IT’ ‘KENTA’ ‘블랙아머’ 등 10여개 브랜드로 늘어났으며, 추가 지식재산권 사업도 검토 중이다.
상품 선정 기준은 특정 디자인이나 브랜드 철학보다 판매 가능성에 가깝다. 기능성 소재를 적용한 ‘영하 11도 냉감 시리즈’는 소비자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 추가 생산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전통적인 패션기업이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기획한다면, 워크업은 판매 데이터와 고객 반응을 중심으로 상품을 선택한다. 브랜드가 시장에 상품을 제안하기보다 시장 반응이 다음 상품을 결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워크업을 전통적인 의류 브랜드보다 다이소와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같은 유통 플랫폼에 가까운 모델로 본다. 여러 공급자가 개발한 상품을 선별해 판매하고 유통망과 데이터로 경쟁한다는 점에서다.
워크업의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매장 수가 급증하면 상권 중복과 가맹점 수익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판매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유행 상품은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 협력사에 생산과 재고 부담이 집중되면 공급망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워크업의 실험은 패션기업이 어떤 기능을 직접 보유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디자인과 생산, 재고를 모두 내부에서 관리할 것인지, 상품 개발은 외부 네트워크에 맡기고 본사는 데이터와 유통, 고객 경험에 집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3년 전 포천의 작은 매장에서 출발한 워크업은 외형 성장과 함께 패션기업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상품을 빠르게 발굴하고 공급망과 유통망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운영 능력이 디자인 못지않은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