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디토리안] 길고 무더워지는 여름, 패션업계가 대처하는 법

박진아 디토리안
2026-07-06

길고 무더워지는 여름, 패션업계가 대처하는 법

글로벌 SPA 브랜드들, 이미 실시간 신상 개발·유통 체제 갖추고 대응 중

계절별 패션 캘린더 따라 운영되는 명품업계, 복잡한 공급·유통망 때문에 변화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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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올 초여름, 밀라노와 파리는 뜨거웠다(hot).

6월 19~23일 밀라노에서 이어 6월 23~28일 파리에서 열린 2027년 추동(2027 F/W) 남성복 패션위크 행사에서는 다가올 강렬한 색상, 정교한 플리츠와 아플리케 디테일, 골드와 실버로 액강조한 로맨틱 유행 예고와 미니멀리즘의 종말 선언이 운운되는 속에서, 패션계 인사이더와 취재진은 유럽 대륙이 아직 겪어보지 못한 폭염 이야기를 멈추지 못했다.

유럽의 대다수 건물 실내에는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석재와 벽돌로 지어진 옛 건축물은 겨울철 난방 열기를 보온하도록 설계됐고, 건물 외형의 미관 보존이 우선시되다 보니 건물 외벽에 에어컨 컨덴서를 설치하기도 어려우며, 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도 크기 때문이다.

# 계절별 시즌 사이클에 맞춘 패션 비즈니스 모델, 흔들리다


에어컨이 널리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여름철 더위로 인한 일상생활 마비 현상은 유럽 특유 현상인지도 모른다. 일부 패션 매체는 유럽 패션업계가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에 대응할 인프라 부족을 비판했다.

그런 가운데 디오르(Dior)에 새로 부임한 조너선 앤더슨(Jonathan Anderso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패션위크를 축으로 계절별 패션 캘린더, 즉 시즌 사이클에 얽매인 패션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의미를 제기해 럭셔리 패션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던졌다.

실제로 오늘날 최고 권위의 4대 패션위크 도시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의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의류는 여름엔 냉방, 겨울엔 난방이 쾌적하게 갖춰진 사무실, 쇼핑몰, 가정 등 실내 환경에서 소비될 것을 전제로 디자인된  ‘계절 중립적 의류’인 경우가 많다. 과거식의 엄격한 계절성과 기능성 구분은 이미 희미해졌다.


2b1d7044f5820.jpg유니클로


영국 패션네트워크의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의류 수요 역시 비제철 의류 검색이 일 년 내내 넓게 분포되는 추세다. 가령 여름 드레스에 대한 수요는 이미 2월 겨울철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검색과 찜하기(위시리스트) 저장을 거쳐 4~5월 본격 구매로 이어지고 6~7월에 정점을 찍는 패턴을 보인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상품을 물색하고 숙고하는 기간을 거쳐 최종 구매를 결정을 하는 새로운 소비 행동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유럽 폭염은 6월부터 시작돼 한여름인 7~8월을 거쳐 9월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25일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 H&M은 예년보다 길고 더울 올여름에 대비해 신상품 기획·생산·마케팅부터 재고 관리에 이르는 공급망 관리 주기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H&M은 올여름 매일 평균 섭씨 35도 안팎을 오가는 폭염이 9월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 예보에 따라 여름철 컬렉션을 재정비하는 한편, 다가올 가을 컬렉션도 여름의 연장선상에서 얇고 가벼운 원단 위주의 야외용 품목을 늘리고 추동용 아우터의 출시 시점은 늦출 계획이다.

H&M 외 다른 인기 SPA 브랜드들은 올 여름 폭염 대비 경영 전략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저마다의 매출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라(Zara)의 모회사 인디텍스(Inditex)는 이미 기존 패션 캘린더 탈피하고 독자적인 MD 시스템을 구축, 디자인에서 매장 출고까지 15일 리드 타임 시스템을 실천하고 있다. 유연한 공급망 관리와 실시간에 가까운 민첩한 신상 기획·출시 전략으로 올 5~6월 매출 11.5%로 끌어올렸는데, 이 전략을 올여름에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9b64d06bd24f.jpg자라

기능성 원단 개발부터 재단·생산에 이르기까지 테크 혁신 기반의 패스트 리테일링 인프라를 갖춘 유니클로(Uniqlo)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즌과 무관하게 일 년 내내 입을 수 있는 베이직 라인 상시 판매 전략을 계속 구사할 계획이다.

막스 앤 스펜서(M&S)는 2026년 여름 온라인 숍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판매하지 못한 채 쌓여 있던 철 지난 여름 재고를 올 5~6월 대거 판매하며 깜짝 매출 호조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M&S 측은 앞으로 폭염과 같은 극단적 이상 기후 현상을 미리 예측 가능한 새 특수 이벤트로 재규정하고, 향후 이를 기획된 재고 관리와 마케팅 이벤트로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폭염이 바꾸는 소비 지형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은 전통적으로 면, 린넨 등 얇은 천연 원단의 무소매 의류와 반바지 매출이 느는 시기다. 더위를 식히려 바다, 강, 수영장을 찾는 물놀이 인파가 늘면서 수영복 매출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폭염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럽 어패럴 시장에서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성 의류, 모자, 열을 식혀주는 쿨링 타월이나 스카프 같은 액세서리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혁신적 쿨링 패션 아이템 시장도 전망이 밝다.

유럽의 폭염 사태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부족한 냉방 및 녹지 인프라를 비판하고, 정치인들은 더위로 촉발되는 시민들의 부정적 감정이 범죄 증가나 사회적 동요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패션은 사회 안정에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떤 매출 실적으로 표현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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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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