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디토리안] AI 시대, 패션 브랜드가 배워야 할 1,000억 원 브랜드의 7가지 원칙

김용석 디토리안
2026-08-06

AI 시대, 패션 브랜드가 배워야 할 1,000억 원 브랜드의 7가지 원칙

더 많이 만드는 브랜드에서 더 믿게 만드는 브랜드로 만드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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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발달로 이른바 ‘AI 슬롭(AI Slop)’이 쏟아지고 있다. AI 슬롭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한 글과 이미지, 영상 가운데 품질과 맥락, 독창성이 부족한 콘텐츠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비슷한 문장과 이미지가 반복되고, 누구를 위해 왜 만들었는지가 불분명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상을 음식물 찌꺼기나 오물을 뜻하는 ‘슬롭’에 빗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브랜드를 만들고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생성형 AI로 브랜드 이름과 로고, 광고 문구와 상세페이지를 만들 수 있고, 실제 촬영을 하지 않고도 가상 모델의 착용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AI 에이전트는 자료를 수집하고 콘텐츠를 발행하며 잠재 고객에게 광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모든 것을 과거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판매는 여전히 어렵다. 3년 전에는 6개월 동안 하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1000명에게 겨우 팔았다면, 지금은 같은 기간에 수십 개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도 판매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고객의 시간과 지갑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수십 배 높아졌다고 매출도 수십 배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더 많은 상품과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고객의 선택을 받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변화는 패션산업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AI로 비슷한 무드의 룩북과 광고 이미지를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유행하는 디자인도 빠르게 복제할 수 있다. 상품과 콘텐츠의 공급은 계속 늘어나지만 고객이 새 옷을 입을 수 있는 시간과 지출할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다. 이제 패션 브랜드는 무엇을 더 많이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왜 우리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에 더더욱 집중해야 한다.

# 변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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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앳홈 홈페이지]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변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읽는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소형·미니 가전 브랜드 미닉스 등을 운영하는 D2C 커머스 기업 앳홈은 1인 가구가 겪는 공간과 생활의 불편을 공략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앳홈은 창업 6년 만에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양정호 대표는 한 강연에서 고객의 심리를 이해하는 일이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앳홈의 성공을 만든 단 한 권의 책을 꼽는다면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이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분석한 뒤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는 매일 너무 많은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한 단서를 판단의 지름길로 사용한다. 전문가가 말하면 신뢰하고, 많은 사람이 선택하면 안전하다고 느낀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사용하면 나에게도 잘 맞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러한 판단의 지름길은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준다. 반면 특정한 단서만 보고 자동으로 반응하게 만들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도 한다.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고객의 심리를 악용해 구매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어떤 단서를 통해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는지 이해하고, 상품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AI로 제품과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이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고객은 이제 예쁜 이미지와 매끄러운 문장만으로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상세페이지가 AI로 작성되었을 수 있고, 모델 이미지가 실제 사람이 아닐 수 있으며, 후기마저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오히려 무엇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설득의 심리학》이 설명하는 일곱 가지 원칙은 이러한 환경에서 패션 브랜드가 놓치지 말아야 할 기준을 제시한다.

# 먼저 도움을 주고,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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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킴스 홈페이지 https://skims.com/en-kr/pages/about]

첫 번째 원칙은 상호성이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호의나 도움을 받으면 그것을 돌려주고 싶다는 부담을 느낀다. 특히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나 취향에 맞는 도움을 받았을 때 상호성의 힘은 더 강해진다.


패션 브랜드가 고객에게 먼저 줄 수 있는 것은 할인쿠폰과 사은품만이 아니다. 체형에 맞는 바지를 고르는 방법, 적은 옷으로 다양한 코디를 하는 법, 소재별 세탁 방법, 오래 입을 수 있는 색상 조합처럼 고객이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이 상품을 보여주기 전에 ‘체형별 바지 길이 선택 가이드’나 ‘보유한 옷 세 벌로 일주일 출근복 구성하기’ 같은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고객은 구매 전부터 브랜드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느낀다. “이 옷을 사세요”라고 반복하는 브랜드보다 “당신이 옷을 고를 때 실패하지 않도록 돕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브랜드가 고객의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다만 쓸모없는 사은품을 억지로 끼워 넣고 구매를 압박하는 것은 상호성이 아니다. 고객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주면 호의가 아니라 상술로 인식된다. 무엇을 주느냐보다 고객의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해결해주느냐가 중요하다.


두 번째 원칙은 호감이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브랜드의 제안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호감은 디자인이 예쁘거나 모델이 매력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나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 나를 이해한다고 느낄 때, 반복적으로 긍정적인 접촉을 경험할 때 형성된다.

패션 브랜드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하면 오히려 누구와도 닮지 않은 브랜드가 된다. “직장인 여성을 위한 옷”보다 “출근할 때 너무 꾸민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후줄근해 보이기도 싫은 30대 직장인을 위한 옷”이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고객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브랜드는 나를 아는 것 같다”고 느낀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고객을 단순히 연령과 성별로만 구분하지 않는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미국의 보정속옷·라운지웨어 브랜드 스킴스(SKIMS)의 ‘Fits Everybody(누구에게나 잘 맞는 옷)’ 컬렉션도 단순히 다양한 체형을 포용한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축성과 착용감, 폭넓은 사이즈 선택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상품 페이지에는 모델의 키와 착용 사이즈를 구체적으로 표시한다.

모델 선택도 마찬가지다. 고객과 전혀 다른 체형과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을 보여주면 동경은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자신이 입은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고객이 “내가 입으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브랜드가 더 쉽게 호감을 얻는다. 고객은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해주는 브랜드를 오래 기억한다.

# 숫자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의 경험이 중요하다


세 번째 원칙은 사회적 증거다.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살핀다. 선택한 사람이 많을수록, 그리고 그들이 나와 비슷할수록 그 선택을 더욱 신뢰한다.

패션은 구매 전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다. 화면에서는 예뻐 보여도 나에게 어울릴지 알 수 없다. 사이즈가 맞을지, 소재가 불편하지 않을지, 세탁 후에도 형태가 유지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래서 누적 판매량과 평균 평점도 중요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의 구체적인 후기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키 158cm 고객의 착용 사진, 상체가 발달한 고객의 사이즈 선택 후기, 출산 이후 체형이 변한 고객의 착용 경험, 여러 차례 세탁한 뒤의 변화, 평소 다른 브랜드에서 착용하는 사이즈와의 비교는 구매 위험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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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킴스의 상품 페이지 역시 단순한 별점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매자의 연령대와 키, 구매한 사이즈, 실제 착용감이 작았는지 컸는지에 관한 정보를 함께 보여준다. 고객은 평균 평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입었을 때 어땠는가”를 확인하며 구매 결정을 내린다.

유명 연예인 한 명의 화보보다 나와 체형과 상황이 비슷한 고객 열 명의 후기가 구매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AI로 완벽한 모델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실제 고객의 불완전하고 구체적인 경험은 더 귀한 정보가 된다.

네 번째 원칙은 권위다. 사람은 전문가와 권위자의 말을 의사결정의 지름길로 사용한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에서 권위는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이나 화려한 수상 경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재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 어떤 봉제 방식을 사용했는지, 왜 특정한 길이와 실루엣을 선택했는지 설명하는 것도 권위가 된다.

“최고급 원단을 사용했습니다”라는 문장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반면 “여름철 피부에 달라붙는 느낌을 줄이기 위해 조직 사이에 미세한 공간이 생기는 원단을 사용했습니다”라고 설명하면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재킷을 입고 팔을 앞으로 뻗을 때 등 부분이 당기지 않도록 암홀과 뒷판의 여유분을 조정했습니다”라는 설명도 마찬가지다. 그저 전문용어를 많이 쓰는 것이 전문성은 아니다. 고객이 겪는 불편을 정확히 짚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전문성이다.

최근에는 소재의 출처와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권위의 단서가 되고 있다. 페라가모는 2025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공급업체의 원산지 신고를 바탕으로 자사가 사용하는 가죽의 80% 이상을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좋은 가죽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대신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전문성과 신뢰를 함께 보여준 것이다.

작은 단점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도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구김이 전혀 생기지 않는 소재는 아닙니다. 대신 합성섬유 특유의 번들거림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렸습니다”라고 설명하면 고객은 브랜드가 장점만 과장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모든 상품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순간 고객은 그 설명 전체를 광고로 인식한다.

# 희소성은 문구가 아니라 생산 구조에서 나온다


다섯 번째 원칙은 희소성이다. 사람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수량이 한정되어 있거나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행동이 빨라진다. 무언가를 얻는 기쁨보다 놓치는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와 희소성은 잘 어울린다. 한정된 원단으로 제작한 상품, 일정 기간에만 진행하는 주문 생산, 재생산하지 않는 시즌 컬러는 실제로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 패션 업계에서 일정 수량을 특정 시점에만 판매하는 ‘드롭’ 방식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드롭은 희소성을 통해 기다림과 기대를 만들고, 관심을 집중시킨다.

문제는 가짜 희소성이다. 매일 ‘오늘 마감’이라고 말하면서 다음 날에도 똑같은 할인 판매를 이어가면 단기적으로는 판매량은 늘릴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는다. 희소성은 문구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와야 한다. 원단 수급량이 적어 100장만 제작하는지,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7일 동안만 주문 생산하는지, 수작업 공정 때문에 월 20개만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 투표에서 선정된 색상을 한 차례만 생산하거나 특정 시즌을 위해 개발한 색상을 재생산하지 않는 것도 실제 희소성이 될 수 있다.

왜 희소한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희소성은 진정한 가치가 된다.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입니다”라고 외치는 것보다 “우리가 왜 이 수량만 만들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 번째 원칙은 일관성이다. 사람은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과 행동에 맞춰 일관되게 움직이고 싶어 한다. 특히 직접 행동하고,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어느 정도 노력을 들여 내린 결정은 이후의 행동에 더 강한 영향을 준다.

처음 방문한 고객에게 곧바로 30만 원짜리 코트를 권하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대신 출근복 취향 테스트, 선호하는 실루엣 투표, 다음 시즌 컬러 선택, 사이즈 상담, 관심 상품 저장, 재입고 알림 신청처럼 작은 참여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나는 장식이 적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고 직접 선택하고 나면 이후 미니멀한 상품을 구매하는 행동은 자신의 선택과 일치하는 행동이 된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정체성을 부여하기보다, 고객 스스로 자신의 취향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과정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고객의 답변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하고, 보유한 옷과 어울리는 코디를 제안하며, 이전에 선택한 취향과 맞는 신상품을 안내할 수 있다. AI는 판매 문구를 대량 생산하는 데 그칠 때보다, 고객의 작은 선택을 다음 행동으로 이어줄 때 더 큰 효과를 낸다.

# 소비자를 브랜드의 구성원으로 만드는 연대감


마지막 원칙은 연대감이다. 사람은 자신과 같은 집단에 속한다고 느끼는 사람의 제안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연대감은 단순한 호감을 넘어선다. 같은 지역과 경험, 취향과 가치관을 공유한다고 느낄 때 ‘나와 저 브랜드’의 관계가 ‘우리’로 바뀐다.

고객에게 오래 기억되는 패션 브랜드는 옷만 판매하지 않는다. 고객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는 언어와 장면을 제공한다. 특정 러닝 브랜드를 입는 사람은 달리는 사람들의 공동체에 속한다. 작은 독립 브랜드의 옷을 구매하는 사람은 대량생산 제품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정체성을 드러낸다.

2026년 덴마크의 기능성 레인웨어 브랜드 레인스(RAINS)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외스테르브로(Østerbro) 지역을 연고로 하는 축구클럽 B.93(Boldklubben af 1893)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단순히 유명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이 아니라,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의 특성과 지역 축구팬의 경험을 브랜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선수와 팬을 함께 캠페인에 등장시키고 지역 회원을 시즌 개막 행사에 초대하면서 브랜드와 지역 공동체를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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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ww.soccerbible.com]

 

연대감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말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고객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제품의 색상을 함께 정하고, 오래 입은 옷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며, 고객의 의견이 실제 제품에 반영되는 경험이 필요하다.

브랜드가 완성된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고객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갈 때 고객은 소비자에서 구성원으로 바뀐다. 다른 브랜드가 조금 더 싼 제품을 내놓더라도 쉽게 떠나지 않는 관계도 이때 만들어진다.

# 더 많이 만드는 브랜드에서 더 믿게 만드는 브랜드


AI가 패션 브랜드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브랜드 콘셉트와 상품 디자인을 빠르게 시각화하고, 광고 문구와 상세페이지를 만들며, 고객별로 다른 추천과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여러 명이 며칠 동안 해야 했던 업무를 한 사람이 몇 시간 만에 처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도 같은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비슷한 품질의 이미지와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되면 평균적인 결과물의 가치는 낮아진다. AI 슬롭이 많아질수록 고객은 더 많은 콘텐츠를 보면서도 더 적게 집중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받으면서도 더 적게 신뢰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그럴듯한 이미지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중요하다. 모델의 실제 키와 착용 사이즈, 소재의 출처, 제작 수량이 제한된 이유, 나와 비슷한 고객의 후기, 상품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설명하는 태도가 신뢰를 만든다.

AI 시대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상품과 콘텐츠를 만드느냐에 있지 않다. 고객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믿으며, 어떤 단서를 통해 선택하고, 어떤 순간에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에 있다.

AI는 상품을 만들어줄 수 있다. 광고 문구와 상세페이지도 만들어줄 수 있다. 수백 장의 이미지와 영상을 몇 시간 만에 생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이 왜 수많은 상품 가운데 이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지까지 자동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생산의 문제는 기술이 해결한다. 판매의 문제는 여전히 인간을 이해하는 브랜드가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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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디토리안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스몰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톡설팅'의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 <AI가 선택하는 브랜드의 비밀: AEO>가 있다. brunch.co.kr/@k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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