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디토리안] 프라다, 우주복을 입다…패션 무대가 달로 넓어졌다

박진아 디토리안
2026-06-23

프라다, 우주복을 입다…패션 무대가 달로 넓어졌다

1960년대 ‘스페이스 룩’의 상상이 현실 기술로 전환

액시엄 스페이스와 선내 활동복 IVA 공개…2028년 아르테미스 4호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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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가 우주복을 공개하며 명품 패션의 무대를 런웨이에서 달 탐사 현장으로 확장했다.

그동안 글로벌 명품 패션업계에서 우주는 상상과 창조의 영감을 자극하는 소재에 가까웠다. 미국과 옛 소련이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 앙드레 쿠레주, 피에르 가르댕, 파코 라반은 ‘스페이스 룩’을 앞세웠다. 기하학적 라인, 기능적 실루엣, 미니멀한 재단은 당시 미래적 복장의 상징이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도 이 흐름을 대표한다. 영화 속 우주선 내부 복장은 영국 디자이너 하디 에이미스가 맡았다. 패션은 우주를 입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 속 미래였다.

약 6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실제 우주인을 위한 첨단 우주복 제작에 참여하며 ‘테크 패션’의 새 영역으로 들어섰다.

# 프라다, 런웨이 넘어 우주항공 기술로


e55cd451573f6.png2024년 10월 처음 공개된 프라다×액시엄 스페이스 AxEMU 선외 활동용 우주복. 흰색 외장은 태양열을 반사하고 극심한 외부 온도 변화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사진 출처: PRADA S.P.A. 2026

프라다 가문의 후손인 로렌초 베르텔리 프라다 최고마케팅·지속가능성책임자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언론 행사를 열고 미국 항공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와 협업해 개발한 우주복 디자인을 공개했다.

불과 한 달 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개봉 소식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 브랜드 파워를 다시 각인시킨 프라다가 이번에는 우주복을 들고나왔다. 이는 단순한 홍보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가 항공우주 산업에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다.

프라다와 액시엄 스페이스가 공동 개발한 선외 활동용 우주복 ‘AxEMU’의 첫 버전은 2024년 10월 공개됐다. 우주선 밖에서 입는 이 복장은 인류 최초 달 착륙 당시 아폴로 11호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입었던 흰색 일체형 우주복을 떠올리게 했다.

흰색 외장은 강한 태양열을 반사하고 극심한 온도 차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겉모습은 익숙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현대 우주항공 기술과 고성능 소재 개발 역량이 결합됐다.

 

# 우주선 안에서 입는 프라다 IVA


프라다가 최근 다시 공개한 우주복은 선내 활동복 ‘IVA’다. IVA는 우주인이 우주선 내부에서 생활하고 작업할 때 입는 복장이다. 동시에 AxEMU를 착용하기 전 몸에 밀착해 입는 보호용 내복 역할도 한다.

프라다 IVA는 미 항공우주국 NASA가 2027년 말부터 2028년 사이 발사를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4호 유인 달 착륙 임무에 쓰일 예정이다. 오른팔에는 액시엄 스페이스 로고가, 왼팔에는 프라다의 스포츠웨어 전문 브랜드 루나 로사의 붉은 직사각형 로고가 부착됐다.

5744ec4553922.png뉴욕에서 공개된 프라다×액시엄 스페이스 선내 활동복 IVA. 프라다는 표면에 드러난 냉각수 순환관의 기하학적 형태를 고려해 회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PRADA S.P.A. 2026

프라다가 맡은 핵심 역할은 고성능 기능성 섬유의 소싱과 혁신적 원단 직조 개념 개발이다. 프라다는 장기간 우주 왕복 항해에서도 반복 착용이 가능한 내구성, 신체 움직임을 고려한 착용감,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성을 함께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아폴로 달 착륙 임무는 달 적도 부근에서 이뤄졌다. 반면 2028년 아르테미스 4호는 인류 최초로 달 남극 착륙을 시도한다. 달 남극은 빛과 그림자의 온도 차가 극심한 지역이다. 우주복은 아름다운 외관보다 생존을 위한 고도의 기능성이 먼저 요구된다.

  

# 몸에 닿는 생명 유지 장치


598ec9350b908.png사진 출처: PRADA S.P.A. 2026

프라다 IVA의 정식 기술 명칭은 ‘리퀴드 쿨링 앤드 벤틸레이션 가먼트’다. 이름 그대로 냉각수를 순환시켜 우주인의 체온을 유지하고, 피부를 외부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선내 활동복은 우주인의 몸과 가장 가까이 맞닿는 장비다. 단순한 옷이 아니라 착용자의 신진대사와 안전을 책임지는 생명 유지 장치에 가깝다. 프라다는 이 점에 주목해 기능성과 착용감을 동시에 개선했다고 설명한다. 편안한 잠옷처럼 입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정밀한 공학 설계가 숨어 있다.

이는 우주 관광용 복장과 구별된다. 예컨대 명품 브랜드 몬세가 아마존 블루 오리진의 준궤도 우주 관광 비행을 위해 제작한 경량 비가압 선내복은 짧은 체험 비행에 맞춰졌다. 반면 프라다 IVA는 달 착륙선과 국제우주정거장 등에서 장기간 생활하고 작업하는 우주인을 위한 장비다. 한 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과학적 접근과 기술 공정이 필요하다.

 

33d6ca9bf3a21.jpeg블루 오리진 뉴셰퍼드 NS-31 우주 비행에 탑승한 여성 승무원들. 왼쪽부터 로렌 산체스, 케이티 페리, 아이샤 보우, 케리앤 플린, 게일 킹, 아만다 응우옌. 2025년 4월 14일 발사. 사진 출처: © 2026 BLUE ORIGIN

 

# 명품의 다음 시장은 지구 밖인가


베르텔리는 프라다가 우주복 디자인에 뛰어든 일이 놀라운 결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프라다는 기획, 원자재 조달,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명품 브랜드로 평가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우주복 개발은 기존 역량을 극한 환경으로 확장한 시도다.

머지않은 미래에 초고액 자산가들이 우주 관광에 나서는 시대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프라다는 그 흐름을 누구보다 먼저 읽고 있다. 럭셔리 패션의 경쟁 무대는 더 이상 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프라다가 만든 우주복은 단순한 브랜드 확장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상상 속 스페이스 룩이 실제 우주 탐사의 장비로 진화했다는 선언이다. 패션이 우주를 동경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패션은 우주인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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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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