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와’가 중고 러기지를 되사는 이유
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으로 브랜드 가치 상승

글로벌 럭셔리 업계가 업사이클링(up-cycling)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명품 러기지 브랜드 리모와(Rimowa)가 올 봄부터 미국 시장에서 리크래프티드 서비스(Re-Crafted service), 일명 중고 재구매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리모와 러기지 주인들로부터 중고 제품을 매입한 후 수선 및 개조해 신제품으로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이다. 지금부터 125년 전인 1898년, 독일 쾰른에서 여행용 가방 공방으로 탄생한 리모와(Rimowa)는 공장이 화재로 불타고 난 후 유일하게 건진 알루미늄 시트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리모와 여행 가방의 탄생 신화다.
특유의 가로줄 무늬가 새겨져 마구 던져지고 눌리고 찔려도 여간해서 파손되지 않아 마치 탱크의 견고함과 내구성의 심벌이기도 한 리모와는 수많은 여러 러기지 브랜드들이 모방하는 금속 외장 여행용 가방 디자인의 원조다.
# 재활용품 소비를 여유 있는 소비문화로 승격
누가 쓰던 중고 물건을 탐나는 욕망의 대상으로 승격시킨다? 이제까지 글로벌 럭셔리 업계는 고(高) 매출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라는 언뜻 서로 어울리지 않는 양극 목표 달성에 고심해왔다.

리모와 '리크래프티스 서비스'는 중고 러기지를 수선 개조해 새 제품으로 탈바꿈시킨다. 독일 리모와 공방이 보유한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과 수공 장인 손길이 합쳐진 Old와 New의 만남의 우수 사례다. 사진 출처: Rimowa
리모와 리크래프티드 서비스는 명품은 누구도 손댄 적 없는 순수 새것일 것이라는 이제까지 대다수 구매자들의 고정관념을 리셋(reset)시킬 뿐만 아니라, 재활용품 소비를 부와 여유 넘치는 인생의 심벌로 승격시키는데 성공한 과감한 마케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리모와는 러기지 주인들이 판 중고 러기지를 사들인 후 자사 공방 수공 장인들과 엔지니어들의 손을 거쳐 수선 및 개조해 신제품으로 되파는 이 서비스를 작년 유럽과 일본 시장에서 요란한 홍보 없이 시험 런칭해 현재까지 5,000여 점을 판매했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 드롭 행사에서 완판을 거듭한 선풍적 반응에 이어, 올 3월 미국 시장에서 런칭한 리모와 ‘리크래프티드’ 러기지 30점 한정 수량 드롭 판매 이벤트에서 완판돼 전 세계 여행 애호가들과 명품 소비자들의 각별한 리모와 사랑이 재확인됐다.

너 얼마나 여행 다녀봤니? 리모와 러기지 팬들은 다녀온 목적지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러기지 외벽에 붙이는 행위로써 세계 여러 나라를 섭렵한 연륜과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과시한다. 사진 출처: Rimowa
리모와는 앞으로도 계속 구매자들로부터 리크래프티드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 헌 러기지를 환수할 계획이다. 환수 해당 제품은 알루미늄 소재 2중 휠(바퀴) 달린 리모와의 시그니처 모델이어야 하며, 어느해 생산・구매돼 어떤 상태이든 상관없다. 쓰던 러기지를 반납하는 소비자는 리모와로부터 제품 당 최대 미화 300달러어치 포인트를 받아 동일 모델 신제품 러기지 또는 기타 리모와 제품 중 가격 600달러 이상대 제품을 구입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 리모와 러기지를 소유한 당신은 고상한 컬렉터
중고 리모와를 팔고자 하는 가방 주인들이 주목할 만한 점은 또 있다.
구매한지 오래된 러기지일수록 골동 가치가 높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연륜이 길고 희귀성이 높을수록 높은 가치를 발하고 비싼 가격을 호령할 수 있는 명작 미술품 시장 원리를 명품 디자인 소비재에 똑같이 적용시킨 영리한 발상이다.
가령, 리모와가 2016년 10월 LVMH Group에 매각되고 브랜드 디자인 리뉴얼이 되기 이전 옛 리모와 브랜드 로고가 달린 제품을 소유한 가방 주인은 더 유리한 가격에 중고 러기지를 팔 수 있다.
유럽은 EU 정부의 정책적 차원에서 자원 및 제품의 수선 및 소리를 통한 폐품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활동을 장려하는데 앞서 있다. 한 번 고장 난 전자 디바이스, 가전제품, 자전거 등을 폐기하고 새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 수리해 사용함으로써 제품의 사용주기를 최대한 늘린다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운동의 연장선장에서 착상한 착한 소비자 마케팅의 일환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지난 몇 년 사이 리모와는 알루미늄 원자재 구매에 애를 먹기 시작하자 자구책이 필요했다. 리모와 러기지를 그토록 독특하고 유명하게 만든 금속 외장용 알루미늄 외장재는 작년부터 공식적으로 세계적인 공급량 부족을 겪고 있다. 알루미늄 공급망 차질 현상은 작년 시작돼 오는 2030년까지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자료: Boston Consulting Group 보고서, 2024년 11월 20일 발표).
# Old Meets New…새 명품 소비 키워드

리모와 공방이 보유한 최신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과 수공 장인 손길이 합쳐진 개조된 러기지, 사진 출처: Rimowa
골동 중고 리모와의 수선 개조된 러기지에는 리모와 공방이 보유한 최신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과 수공 장인 손길이 합쳐 새 제품을 탄생시키는 독특한 기술과 노하우 없이 불가능하다. 그윽한 고풍미(patina)와 연륜 담긴 캐릭터(character)는 그대로 살려두되 현대적 환경과 요구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견고함과 기능성을 추가한 그야말로 신구(新舊)의 교체와 조화의 산물. 리모와 알루미늄 러기지는 그런 점에서 특히 레트로 감성을 동경하지만 첨단 테크 환경에 익숙한 Z세대 소비자들을 매료시킨다.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은 풍족하고 여유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는 지금 초여름, 이제 공항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 라운지에는 오래된 고풍 빈티지 리모와 러기지를 깔끔하고 기능적으로 개조한 리모와 러기지를 잔뜩 과시하는 여행객들이 속속 눈에 들어올 것이 기대된다.
1981~2018년까지 사용된 옛 리모와 브랜드 로고는 리크래프티드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에서 특히 고가 가치를 발휘할 전망이다.
#프리러브드 #pre-loved #중고명품시장 #수선 #개조 #지속가능성 #refurbished

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리모와’가 중고 러기지를 되사는 이유
글로벌 럭셔리 업계가 업사이클링(up-cycling)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명품 러기지 브랜드 리모와(Rimowa)가 올 봄부터 미국 시장에서 리크래프티드 서비스(Re-Crafted service), 일명 중고 재구매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리모와 러기지 주인들로부터 중고 제품을 매입한 후 수선 및 개조해 신제품으로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이다. 지금부터 125년 전인 1898년, 독일 쾰른에서 여행용 가방 공방으로 탄생한 리모와(Rimowa)는 공장이 화재로 불타고 난 후 유일하게 건진 알루미늄 시트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리모와 여행 가방의 탄생 신화다.
특유의 가로줄 무늬가 새겨져 마구 던져지고 눌리고 찔려도 여간해서 파손되지 않아 마치 탱크의 견고함과 내구성의 심벌이기도 한 리모와는 수많은 여러 러기지 브랜드들이 모방하는 금속 외장 여행용 가방 디자인의 원조다.
# 재활용품 소비를 여유 있는 소비문화로 승격
누가 쓰던 중고 물건을 탐나는 욕망의 대상으로 승격시킨다? 이제까지 글로벌 럭셔리 업계는 고(高) 매출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라는 언뜻 서로 어울리지 않는 양극 목표 달성에 고심해왔다.
리모와 '리크래프티스 서비스'는 중고 러기지를 수선 개조해 새 제품으로 탈바꿈시킨다. 독일 리모와 공방이 보유한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과 수공 장인 손길이 합쳐진 Old와 New의 만남의 우수 사례다. 사진 출처: Rimowa
리모와 리크래프티드 서비스는 명품은 누구도 손댄 적 없는 순수 새것일 것이라는 이제까지 대다수 구매자들의 고정관념을 리셋(reset)시킬 뿐만 아니라, 재활용품 소비를 부와 여유 넘치는 인생의 심벌로 승격시키는데 성공한 과감한 마케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리모와는 러기지 주인들이 판 중고 러기지를 사들인 후 자사 공방 수공 장인들과 엔지니어들의 손을 거쳐 수선 및 개조해 신제품으로 되파는 이 서비스를 작년 유럽과 일본 시장에서 요란한 홍보 없이 시험 런칭해 현재까지 5,000여 점을 판매했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 드롭 행사에서 완판을 거듭한 선풍적 반응에 이어, 올 3월 미국 시장에서 런칭한 리모와 ‘리크래프티드’ 러기지 30점 한정 수량 드롭 판매 이벤트에서 완판돼 전 세계 여행 애호가들과 명품 소비자들의 각별한 리모와 사랑이 재확인됐다.
너 얼마나 여행 다녀봤니? 리모와 러기지 팬들은 다녀온 목적지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러기지 외벽에 붙이는 행위로써 세계 여러 나라를 섭렵한 연륜과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과시한다. 사진 출처: Rimowa
리모와는 앞으로도 계속 구매자들로부터 리크래프티드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 헌 러기지를 환수할 계획이다. 환수 해당 제품은 알루미늄 소재 2중 휠(바퀴) 달린 리모와의 시그니처 모델이어야 하며, 어느해 생산・구매돼 어떤 상태이든 상관없다. 쓰던 러기지를 반납하는 소비자는 리모와로부터 제품 당 최대 미화 300달러어치 포인트를 받아 동일 모델 신제품 러기지 또는 기타 리모와 제품 중 가격 600달러 이상대 제품을 구입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 리모와 러기지를 소유한 당신은 고상한 컬렉터
중고 리모와를 팔고자 하는 가방 주인들이 주목할 만한 점은 또 있다.
구매한지 오래된 러기지일수록 골동 가치가 높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연륜이 길고 희귀성이 높을수록 높은 가치를 발하고 비싼 가격을 호령할 수 있는 명작 미술품 시장 원리를 명품 디자인 소비재에 똑같이 적용시킨 영리한 발상이다.
가령, 리모와가 2016년 10월 LVMH Group에 매각되고 브랜드 디자인 리뉴얼이 되기 이전 옛 리모와 브랜드 로고가 달린 제품을 소유한 가방 주인은 더 유리한 가격에 중고 러기지를 팔 수 있다.
유럽은 EU 정부의 정책적 차원에서 자원 및 제품의 수선 및 소리를 통한 폐품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활동을 장려하는데 앞서 있다. 한 번 고장 난 전자 디바이스, 가전제품, 자전거 등을 폐기하고 새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 수리해 사용함으로써 제품의 사용주기를 최대한 늘린다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운동의 연장선장에서 착상한 착한 소비자 마케팅의 일환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지난 몇 년 사이 리모와는 알루미늄 원자재 구매에 애를 먹기 시작하자 자구책이 필요했다. 리모와 러기지를 그토록 독특하고 유명하게 만든 금속 외장용 알루미늄 외장재는 작년부터 공식적으로 세계적인 공급량 부족을 겪고 있다. 알루미늄 공급망 차질 현상은 작년 시작돼 오는 2030년까지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자료: Boston Consulting Group 보고서, 2024년 11월 20일 발표).
# Old Meets New…새 명품 소비 키워드
리모와 공방이 보유한 최신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과 수공 장인 손길이 합쳐진 개조된 러기지, 사진 출처: Rimowa
골동 중고 리모와의 수선 개조된 러기지에는 리모와 공방이 보유한 최신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과 수공 장인 손길이 합쳐 새 제품을 탄생시키는 독특한 기술과 노하우 없이 불가능하다. 그윽한 고풍미(patina)와 연륜 담긴 캐릭터(character)는 그대로 살려두되 현대적 환경과 요구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견고함과 기능성을 추가한 그야말로 신구(新舊)의 교체와 조화의 산물. 리모와 알루미늄 러기지는 그런 점에서 특히 레트로 감성을 동경하지만 첨단 테크 환경에 익숙한 Z세대 소비자들을 매료시킨다.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은 풍족하고 여유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는 지금 초여름, 이제 공항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 라운지에는 오래된 고풍 빈티지 리모와 러기지를 깔끔하고 기능적으로 개조한 리모와 러기지를 잔뜩 과시하는 여행객들이 속속 눈에 들어올 것이 기대된다.
1981~2018년까지 사용된 옛 리모와 브랜드 로고는 리크래프티드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에서 특히 고가 가치를 발휘할 전망이다.
#프리러브드 #pre-loved #중고명품시장 #수선 #개조 #지속가능성 #refurbished
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