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컨퍼런스] DX·반응생산·AI·환경규제…패션 산업 새로운 게임룰

강인정 에디터
2026-03-06

DX·반응생산·AI·환경규제…패션 산업 새로운 게임룰

PID x SFF 컨퍼런스가 던진 공급망 혁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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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PID(Preview in Daegu) 부대 행사로 개최된 PIDxSFF(Smart Fashion Forum) 전문 컨퍼런스는 “섬유·패션 산업이 지금 어떤 전환점에 서 있으며,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무엇으로 결정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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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환경 규제, 공급망 데이터화, 반응 생산 체제, 그리고 AI기반 의사결정까지 이어진 네 개의 강연은 서로 다른 주제를 다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패션 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제품’이나 ‘가격’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공급망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능력, 시장 반응에 맞춰 생산을 조정할 수 있는 속도, 그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기업 구조가 새로운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패션 산업의 경쟁 단위가 제품(Product)에서 운영 시스템(Operation System)으로 이동하고 있다.

# “DPP는 규제가 아니라 공급망의 새로운 운영체계”


79959dd7b636e.jpg김유겸 스탠다드&서스테이너블 대표


첫 번째 강연에 나선 김유겸 박사(스탠다드&서스테이너블 대표)는 EU의 새로운 환경 규제가 섬유·패션 산업의 공급망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EU는 섬유·패션 산업을 환경 부담이 큰 대표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ESPR(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을 통해 제품의 설계, 생산,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해야 할 변화는 2026년부터 시행되는 ‘미판매 재고 폐기 금지’ 정책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패션 산업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대량 생산–재고–폐기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 자체를 흔드는 정책이다.

김 박사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앞으로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는 제품의 가격보다 공급망 데이터를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이 변화의 핵심 도구가 바로 DPP(Digital Product Passport)다. 디지털 제품 여권은 QR 코드를 통해 제품의 원료, 생산 과정, 환경 영향, 노동 조건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이다. EU는 2027년부터 DPP 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2033년까지 완전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섬유 산업은 가장 먼저 적용될 분야 중 하나다.

김 박사는 DPP를 단순한 인증 제도가 아니라 공급망 데이터를 공유하는 새로운 산업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DPP 는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결국 글로벌 패션 시장은 데이터 기반 신뢰 네트워크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러한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업은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DX 없이 AX 없다”


7e735134d1232.jpg이은희 트렌드인코리아 대표

두 번째 강연에 나선 이은희 대표(트렌드인코리아)는  AI 시대의 산업 구조 변화와 디지털 전환의 본질을 설명했다.

많은 기업들이 홈페이지 구축이나 온라인 카탈로그를 디지털 전환으로 이해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온라인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DX 없이 AX는 없습니다.” 
이 대표는 이 한 문장으로 디지털 전환의 본질을 설명했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제품 자체가 데이터 구조를 갖는 것이다. 원단과 의류에 코드와 속성을 부여하고 소재, 기능, 물성, 컬러 등의 정보를 데이터로 관리해야 플랫폼에서 검색과 유통이 가능해진다. AI 역시 이러한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결국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구조화된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이 대표는 소비 시장의 변화도 함께 짚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그 결과 시장은 성별이나 연령이 아니라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플랫폼의 역할 역시 달라지고 있다. 플랫폼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세분화된 취향을 연결하는 새로운 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원단 플랫폼 ‘원단고’ 사례를 소개하며 B2B 시장에서도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는 스타일 언어로 이야기하고, 원단 기업은 기술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이 언어 장벽을 데이터로 해결하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입니다.”

# “패션 제조 경쟁력은 이제 가격이 아니라 속도”


6cc894b341f22.jpg박유미 스튜디오뷰 대표

세 번째 강연은 패션 제조 구조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박유미 대표는 글로벌 패션 공급망이 대량 생산 체제에서 반응 생산(Responsive  Production) 체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브랜드와 이커머스 기업들은 초도 생산을 줄이고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오더를 반복하는 생산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제조 기업의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속도와 유연성이 된다.

박 대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제 패션 제조의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섬유 클러스터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커차오와 같은 소재 집적지는 원단 소싱과 생산이 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디지털 물류 시스템과 결합해 리드타임을 30% 이상 단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네트워크는 글로벌 패션 기업들에게 빠른 생산 대응 능력을 제공한다. 

또한 섬유 제조 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제조 DX 의 핵심은 설비 자동화가 아니라 공정 데이터의 축적이다. 염색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공정을 예측하거나 공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제조 경쟁력 역시 데이터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 “AI 도입의 목적은 효율이 아니라 의사결정”


b7ebb2f127925.jpg이동현 FCL 대표

마지막 강연은 AI 시대 기업 운영 전략을 다뤘다. 

이동현 대표(FCL 코리아)는 AI 기술이 더 이상 대기업만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기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범용 LLM과 자동화 도구를 활용하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도 기업의 업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AI는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업무 자동화, 업무 능력 증강, 그리고 의사결정 지원이다. 이 대표는 특히 패션 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지적했다. 패션 산업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통해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실제 의사결정은 여전히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AI 도입의 목적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아주고 기업의 판단을 지원한다. 다만 AI 결과는 완벽하지 않으며 약 70~80% 수준의 결과를  제공한다. 나머지는 인간의 도메인 지식과 해석 능력이 채워야 한다. 

결국 AI 활용의 출발점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 정비다.

패션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데이터, 속도, 그리고 의사결정


이번 PID x SFF 컨퍼런스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글로벌 환경 규제는 인증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운영 체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IT 시스템이 아니라 제품과 공정을 데이터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셋째, 패션 제조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속도와 유연성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를 실제 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마지막 요소가 의사결정이다.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찾아 기업의 전략적 판단을 돕는 새로운 경영 도구다.

결국 패션 산업은 지금 제품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 운영 산업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이번 PID x SFF 컨퍼런스는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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