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ESG] 폐의류가 자원으로...기업·기술이 바꾸는 ‘순환 생태계’

신아랑 에디터
2025-12-09

 폐의류가 자원으로...기업·기술이 바꾸는 ‘순환 생태계’

소각·폐기되던 폐의류...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

제클린, 그린루프 등 스타트업이 만드는 순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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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의류를 재활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리수거 체계 미흡과 처리 시스템 부족으로 상당량이 그대로 소각되거나 폐기되면서 환경 부담과 처리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 폐의류를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눈길을 끈다.

국내 폐의류 배출량은 매년 수십만 톤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못한 채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실정이다. 매립된 합성섬유는 자연 분해까지 수백 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할 가능성이 있다. 소각의 경우에도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이 대량 발생하고 남은 소각재 처리까지 환경 비용이 뒤따른다.

그런데도 폐의류는 자원으로 순환되기보다 폐기에 가깝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도 충분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는 재활용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과도 맞닿아 있다.

대부분의 의류가 여러 섬유가 혼방된 형태로 제작돼 소재 분리가 까다로운 데다 지퍼와 단추, 고무밴드 등 비섬유 부자재가 포함되면서 분리 공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지역별로 상이한 수거나 선별 시스템, 중고 의류 수출 감소로 인한 재사용 시장 축소 역시 순환 구조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관리와 품질 선별을 강화해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포착되고 있다.

 

# 수거 단계 디지털 전환으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구축


섬산련은 스마트 의류수거함 '페이옷'을 설치해 폐의류가 순환될 수 있도록 설치 시범에 들어갔다. [사진=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섬산련은 스마트 의류수거함 '페이옷'을 설치해 폐의류가 순환될 수 있도록 설치 시범에 들어갔다. [사진=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는 최근 섬유센터 1층 로비에 스마트 의류수거함 ‘페이옷(Payiot)’을 설치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업계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폐의류 수거 체계를 보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구축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섬산련은 재사용·재활용 가능한 의류를 효율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수거 단계에서부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활용률이 낮았던 기존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시범사업은 산업통상부의 ‘지속가능한 순환 섬유패션 생태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디지털 기반 운영 모델이라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의류 배출부터 분류, 평가, 판매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도록 설계돼 폐의류 순환 구조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섬산련은 “폐의류 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투명한 이력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소비자 참여 확대와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해 산업 전반의 순환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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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루프는 폐의류를 기부할 경우 1.5배를 기부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도입해 사회적 환원으로 확장하도록 설계했다. [사진=그린루프 홈페이지]

이 같은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스마트 의류 수거 솔루션 스타트업 그린루프가 제공한다. 사용자가 옷을 투입하고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시스템이 의류 상태를 자동으로 분석해 등급을 부여하고 즉시 현금 또는 기부 리워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기부를 선택할 경우 기본 리워드의 1.5배가 기부금으로 전환되는 방식으로 순환 활동이 사회적 환원으로까지 확장되도록 설계됐다.

수거된 의류는 그린루프의 ‘Loop Cloud’로 이동해 상태, 브랜드, 수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정밀 평가를 거친다. 이후 등급이 부여된 의류는 재사용이 가능한 상품은 재판매로, 활용 가치가 낮은 품목은 소재 단위의 재활용 공정으로 이어지며 다시 순환 구조 속에 편입된다. 특히, 전 과정이 개별 의류 단위로 추적되기 때문에 그동안 불투명했던 수거·유통 구조를 개선되도록 했다.

# 폐근무복이 ‘새 원료’로...산업자원으로 탈바꿈


폐근무복 업사이클링 캠페인에 참여한 세아베스틸의 근무복과 업사이클링으로 탄생한 아동용 맨투맨 [사진=세아그룹]폐근무복 업사이클링 캠페인에 참여한 세아베스틸의 근무복과 업사이클링으로 탄생한 아동용 맨투맨 [사진=세아그룹]

이처럼 수거 체계가 고도화되면서 폐의류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세아그룹이 추진한 ‘반짝반짝 업사이클링 캠페인’이 대표적 사례다. 캠페인을 통해 세아그룹 6개 계열사 사업장에서 수거된 약 1,000점의 폐근무복을 전문 재생 공정을 거쳐 새로운 원료로 재탄생했다.

폐근무복은 먼저 고강도 세척과 오염 제거를 진행한 뒤 섬유 혼방률에 따른 정밀 분리, 금속·플라스틱 부자재 제거 등 여러 단계의 전처리 과정을 거쳤다. 이후 재생 원료화 공정에서 고순도 폴리에스터 섬유로 재가공돼 의류 제조 공정을 통해 아동용 맨투맨 300점으로 재생산됐다. 완성된 제품은 지역 아동센터 및 보육 시설에 전달됐으며, 같은 양의 신제품을 생산할 때보다 탄소 배출량을 60% 이상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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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OVAC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참여한 제클린 부스 모습 [사진=제클린 홈페이지]


이 같은 성과는 스타트업 제클린(JeCLEAN)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제클린은 세척, 소재 분리, 재생 원료화, 재제조까지 이어지는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기업이다.

특히 업사이클링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정으로 꼽히는 섬유 혼방 구조 분리와 오염물질 제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기업에서 배출되는 이질적인 폐섬유도 고품질 원료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폐의류 재생의 출발점인 전처리 단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제클린은 원단 구성과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해 적합한 세척 방식과 분해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재생섬유 생산이 가능할 만큼 높은 순도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공정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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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급호텔 침구를 원료로 재탄생한 골프양말 [사진=제클린 홈페이지]


이를 기반으로 제클린은 호텔이나 리조트 등 숙박업소와 기업이 버리는 폐섬유를 재생섬유와 원단, 제품으로 재가공하고 있으며 일신방직과 협업해 국내 최초의 폐섬유 순환 경제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다.

제클린의 기술은 세아그룹과 같은 대규모로 발생하는 폐근무복 처리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용 의류 재활용 프로젝트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의류, 섬유 EPR 도입 준비해야


유럽연합(EU)는 2025년 하반기부터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을 시행하며 생산자가 폐의류 수거·분류·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도록 의무화하여 순환경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전자제품 등 일부 품목은 EPR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의류는 아직 적용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EU 규제 시행이 세계적인 분위기로 바뀔 경우 한국 섬유패션 산업 역시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국내 패션 산업에서는 코오롱, LF, F&F 등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사 브랜드 의류를 수거해 재판매 등을 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향후 국내에도 의류 EPR 시행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폐의류 리사이클, 리세일, 기부 등에 대한 대체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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